아픔 없는 세상을 위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 김태윤 감독의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관람했다(2014-02-06 개봉). 지난번 <변호인>처럼 우리 사회의 골리앗을 향한 몸부림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속초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상구가 손님을 태우고 가면서 울산바위의 전설을 들려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금강산까지 가야 할 여정을 포기하고 설악산에 남아 있다는 울산바위! 무언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스토리가 전개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한상구(박철민 역)는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던 가난뱅이였지만 택시운전을 하며 아내 정임(윤유선 역)과 딸 윤미(박희정 역), 그리고 아들 윤석(유세영 역)과 잘 지낸다. 딸 윤미가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 진성반도체에 취업한 것이 자랑스럽다. 대학에 보내지 못한 미안함이 있었지만 오히려 윤미는 부지런히 돈을 벌어 아빠 차도 사주고 엄마 용돈도 주고 동생의 대학 등록금도 내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그렇게 꿈이 많았던 윤 미가 진성 반도체에 입사하고 2년도 지나기 전에 백혈병에 걸리고 집에 돌아온 것이다.병이 시작된 때에 오겠지, 왜 이제야 왔느냐고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해” 좋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고 자랑한 것은 누구냐!내가 그만두면 아버지는 무엇일까!” 이렇게 답해딸을 보는 아버지의 마음은 더 아팠다.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동안 기업 관계자가 찾아와서 병원비 일부를 주기도 하면서 산재 신청하지 말라고 한다.또 직장 동료들의 병 문안도 막고 백혈병의 원인을 개인적인 문제에 돌리려 하고 있다.딸의 윤 미가 해변으로 쓰러지며 오열하는 모습, 긴 머리를 밀어내고 목욕시키는 장면 등에서 매우 슬펐다.수척해진 윤, 손가락에 인주를 달고 사퇴서를 받는 기업 관계자의 모습에서 가진 자, 힘 있는 사람들의 냉담함의 극치를 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윤미가 밖에 나가고 싶어 외출을 하지만 그만 길거리에서 쓰러지고, 결국 아버지의 초라한 택시 안에서 생을 마감한다. 상구는 딸의 임종을 지켜보며 ‘또 하나의 약속’을 한다. 네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겠다는 것이다. 딸처럼 억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산구는 유·남주 노무사(김·규리 역)과 함께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 분주한다.그러나 쉽지 않았다.거대한 자금력과 막강한 권력을 잡은 진성 반도체의 방해가 이만저만이 없었기 때문이다.윤 미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노동자가 잇달아 나왔는데, 그 대기업은 그때마다 막강한 자금력에서 뒷처리를 했다.산구는 한명 시위를 하면서 힘든 투쟁을 한다.딸이 다니던 반도체 회사 앞에서 유사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제보를 받기 때문에 전단을 돌리다가 돌연 나타난 3대의 대형 버스에 의해서 갇히는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권력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나타내는 데 충분했다.회사의 잘못을 입증하는 현지 조사와 역학 조사를 해도 상황은 아무런 인과 관계도 없게 되돌린다.그 과정에서 위로금 10억을 주니까 적당히 마무리하자는 유혹도 있었다.또 가출한 아들 윤석까지 찾아내진성 반도체에 취업시키는 치밀함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과의 싸움은 산구으로서는 외로운 투쟁이며 무모하고만 있었다.마침내 배운 것이라고는 택시 운전밖에 없는 산구가 6년이란 오랜 세월 동안 유·남주 노무사의 지지와 응원과 정보 제공자의 도움으로 “이 죽음은 백혈병과 업무 사이에는 인과 관계가 인정되는 “라고 판결을 얻는다.이 영화는 대기업이 윤리와 책무를 망각한 채 돈과 힘으로 숨기고 싶은 만행을 고발했다.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동력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의 저돌성을 보인다.헬륨 가스를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먹어야 하지 않는 근로자들의 참혹함이 드러난다.에도 기업들은 그들이 왜 희생된 것이든 상관 없이, 그때마다 몇푼의 돈으로 해결한 상식 밖의 기업 윤리를 고발했다.또 이 영화는 우리 나라의 삼성 반도체가 반도체 원판을 화학 물질 혼합물에 담가서 빼고 3선의 고 팬·유미와 그녀의 아버지 팬·김상기 씨의 투쟁에 관한 실화라고 하니 더욱 마음이 아팠다.두번 다시 이 땅에 이런 불행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윤 미를 죽인 것은 대기업이 아니다?언니의 윤 미를 죽인 것은 바로 아버지다!가난했기 때문에 대학에 가야 할 그 나이에 취업한 것은 아버지가 가난했기 때문이다.그게 아버지의 책임이 없는 무엇인가?”아직 우리의 가슴 속에는 산구의 아들 윤석이 외친 절규가 감돌고 있다.이 외침 속에는 얼핏 아버지의 가난과 가난의 탓으로 돌리는 것 같다.그러나 그 항의가 거기서 끝날 수는 없다.어떤 부모가 가난하게 되고 싶었기 때문일까.누구보다 잘 사는, 멋지게 살고 싶었지만, 항상 구조적인 제도의 모순 속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운명에 두어 버렸던 것이다.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가난에 살 수밖에 없는 제도라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어쩌면 이 대사 중에는 한국 사회의 비정한 동물적 속성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2014-02-17)#한가지 약속#김·테융 감독#고·황 유미#팬·산가지. 박·철민#용우그팍인 문학 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