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노에서 신주쿠까지 걸어가면 어떤 것을 볼 수 있는 것입니까? 그날의 사진입니다. 우에노에서 신주쿠까지 걸어가면 어떤 것을 볼 수 있는 것입니까? 그날의 사진입니다.
책장 정리를 했어요. 여행하면서 사소한 작은 것들도 적어놓은 습관 덕분에 여러 흔적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고, 저는 그 자리에 앉은 채 밤새 세계일주를 하고 말았습니다. 한 중국계 외국인과의 한자 필담 메모지, 반쯤 찢어진 인도 기차표, 지도 전시실 위치마다 그림 감상을 감격의 느낌표 투성이로 쓴 유럽 미술관의 팜플렛… 남미의 낡은 지폐 한 장 뒤에는 하비에르 씨가 기념으로 준 그의 귀여운 아들 사진이 번쩍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그 무렵이었죠, 십수 년 전 저의 첫 일본 여행 다이어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책장 정리를 했어요. 여행하면서 사소한 작은 것들도 적어놓은 습관 덕분에 여러 흔적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고, 저는 그 자리에 앉은 채 밤새 세계일주를 하고 말았습니다. 한 중국계 외국인과의 한자 필담 메모지, 반쯤 찢어진 인도 기차표, 지도 전시실 위치마다 그림 감상을 감격의 느낌표 투성이로 쓴 유럽 미술관의 팜플렛… 남미의 낡은 지폐 한 장 뒤에는 하비에르 씨가 기념으로 준 그의 귀여운 아들 사진이 번쩍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그 무렵이었죠, 십수 년 전 저의 첫 일본 여행 다이어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이어리에는 ‘작은 새우, 옥수수, 가쓰오부시, 마요네즈, 후추’ 혹은 ‘양배추, 계란, 돼지고기, 간장’ 같은 메모가 가득 적혀 있었습니다. 일본 첫 여행길에서 맛있는 미지의 외국 요리에 반해 열심히 생각나는 대로 이것저것 쓰고 있었네요. 지금 보니까 한눈에 알겠어요. 하나는 이자카야풍의 새우 샐러드 안주, 다른 하나는 이미 한국에서도 흔한 오코노미야키였군요. 그러고 보니 그 후의 일본 여행 다이어리도 하나같이 절반은 여행 기록으로, 절반은 음식 메모로 채워져 있습니다. 알고 보면 모두 첫 여행 때 제게 내려진 모종의 지령과 공작금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다이어리에는 ‘작은 새우, 옥수수, 가쓰오부시, 마요네즈, 후추’ 혹은 ‘양배추, 계란, 돼지고기, 간장’ 같은 메모가 가득 적혀 있었습니다. 일본 첫 여행길에서 맛있는 미지의 외국 요리에 반해 열심히 생각나는 대로 이것저것 쓰고 있었네요. 지금 보니까 한눈에 알겠어요. 하나는 이자카야풍의 새우 샐러드 안주, 다른 하나는 이미 한국에서도 흔한 오코노미야키였군요. 그러고 보니 그 후의 일본 여행 다이어리도 하나같이 절반은 여행 기록으로, 절반은 음식 메모로 채워져 있습니다. 알고 보면 모두 첫 여행 때 제게 내려진 모종의 지령과 공작금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친척 어른은 일본 여행을 한다는 저를 불러 많은 돈도 적지 않은 돈을 쥐어 주셨습니다. 뜻밖의 일이었어요. 대신에 지령이 있었습니다. 일본에는 생각보다 비싸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이 많으니 꼭 먹고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야 정말 일본여행이라고 하셨죠? 세상에, 암호 해독도 기밀 입수도 요인 암살도 아닌, 그렇게 즐거운 지령이라니. 그날의 지령은 배낭을 메고 민박과 호스텔을 전전하며 슈퍼 식빵을 먹던 가난한 여행자인 저의 도쿄 여행을 처음부터 음식 천국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후로 친척 어른은 일본 여행을 한다는 저를 불러 많은 돈도 적지 않은 돈을 쥐어 주셨습니다. 뜻밖의 일이었어요. 대신에 지령이 있었습니다. 일본에는 생각보다 비싸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이 많으니 꼭 먹고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야 정말 일본여행이라고 하셨죠? 세상에, 암호 해독도 기밀 입수도 요인 암살도 아닌, 그렇게 즐거운 지령이라니. 그날의 지령은 배낭을 메고 민박과 호스텔을 전전하며 슈퍼 식빵을 먹던 가난한 여행자인 저의 도쿄 여행을 처음부터 음식 천국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후로
…그 후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어쨌든 지금 2024년도 저는 얼마 전 도쿄 여행 사진을 블로그에 여전히 열심히 올리고 있네요. 오늘 위의 문장은 제가 전에 썼던 책 원고의 일부예요. 제가 앞 도쿄 책의 첫 부분을 어떤 이야기로 시작했는지 궁금해서 열어봤습니다. 프롤로그의 부제는 그 집 앞을 지나며 향기를 맡는 이유. 도쿄로의 첫 여행이 음식으로 시작된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내가 과거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는 기분이었어요. 무엇인지 알 수 있는 현장감과 시간이 지날수록 놓인 낯설음이 버무려졌다. 그래서 혼자 이삼일 웃었어요. …그 후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어쨌든 지금 2024년도 저는 얼마 전 도쿄 여행 사진을 블로그에 여전히 열심히 올리고 있네요. 오늘 위의 문장은 제가 전에 썼던 책 원고의 일부예요. 제가 앞 도쿄 책의 첫 부분을 어떤 이야기로 시작했는지 궁금해서 열어봤습니다. 프롤로그의 부제는 그 집 앞을 지나며 향기를 맡는 이유. 도쿄로의 첫 여행이 음식으로 시작된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내가 과거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는 기분이었어요. 무엇인지 알 수 있는 현장감과 시간이 지날수록 놓인 낯설음이 버무려졌다. 그래서 혼자 이삼일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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